2018.09.No.4

서지연 교사일기

2018년 2학기 메아리 놀이터 개학 이야기

2018년 9월, 메아리 놀이터 2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이제는 서서히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어요.

계절이 넘어가는 길목에서 우리들은 다시 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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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첫 날,

메아리 놀이터 아이들은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방학 동안에 누렸던 재미나는 추억들을 서로 나누었어요.

이안이는 캠프를 다녀왔고, 가족들과 휴가 다녀온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나눠주었고

지온이는 가족과 함께 물놀이를 많이 했다고 했어요.

방학 동안에도 열심히 논 우리 아이들, 피부가 까맣게 그을려 있습니다.

까만콩같은 아이들의 모습이 보기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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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메아리 놀이터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자연 산책을 나서는 것이에요.

모두 함께 모여서 우리가 먹을 간식을 직접 만들어 싸고

하나 둘 씩 짐을 나누어 들고 산책과 탐험을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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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에 잔디언덕을 뛰어다니기도 하고,

데구르르 풀밭에 온 몸을 내맡기고 뒹굴기도 하고,

힘들어 하는 동생이 있으면 업어주기고 하고,

흐드러지게 핀 들판에서 들꽃을 꺾어 꽃다발을 만들어 서로 선물하기도 합니다.

지연 선생님은 자주 꽃다발 선물을 받아요.

아이들이 만드는 이 세상 하나밖에 없는 꽃다발입니다.

지연 선생님은 가장 꽃다발을 많이 받는 선생님 중에 하나일 거예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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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왔던 어느 날은 메아리 놀이터 아이들이 가장 아쉬워했던 날 중 하나였어요.

여벌 옷을 꼭 챙겨왔었어야 했는데... 하며 탄식하는 아이들

비오는 날을 지난 학기부터 손꼽아 기다려 왔습니다.

왜냐하면 비오는 날에 비 잔뜩 맞기 놀이를 너무나 해보고 싶어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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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지붕 밑으로 똑똑 떨어지는 굵은 빗방울들을

손으로 잡아보고 모아보고 만져보고 튀겨보면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손으로 빗방울 받기 놀이를 하다 보니 비의 감촉이 좋아

아이들은 한참을 창문밖에 쪼르르 서로 손을 내밀고 비를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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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을 손으로 맞다보니 똑- 똑- 리듬감이 느껴져요.

메아리 놀이터 아이들이 이내 구름빵 노래를 부릅니다.

우리들은 구름빵을 먹어서 하늘 높이 날아가고 싶은 바람을 가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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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좋은 가을 날에는 겨울 김장을 준비하며

교장선생님과 함께 텃밭에 무를 심었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 고랑을 만들어 주면 아이들은 씨를 그 사이에 톡톡 뿌려줍니다.

며칠이 지나자 옹기종기 새싹이 돋아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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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불기 시작하며

계절이 지나감을 알아가듯이

하루 하루 매일을 살아가다보면

어느새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 다가와 있을 것이고,

그때면 또 한 해를 배부르게 먹을 김장을 할 때가 올 것이겠죠.

그러면 메아리 놀이터 아이들도 부쩍 커있을 거예요.

아쉽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지금 이 순간을 잘 누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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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가 덥지 않고 썰매 타기 참 좋은 날입니다.

메아리 놀이터 아이들은 선크림을 발라

고양이 인디언,

곰과 판다가 섞인 인디언,

날카로운 괴물 인디언,

눈썹화난 괴물 인디언이 되어서

가장 웃긴 표정으로, 또 가장 무서운 표정을 지으면서 썰매를 탔어요.

서로 썰매타기 대결도 하고, 혼자서 또 함께 썰매를 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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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언덕길을 오르고 썰매를 타고 내려오다보면

얼굴은 금세 발갛게 달아올라있고, 목이 말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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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은 메아리 놀이터에서 두 명이나 생일이 있는 달이에요.

우리는 재미난 생일 축하를 했습니다.

지연 선생님의 생일을 위해서 메아리 놀이터 아이들은

집에서 편지도 써오고 황금 보석 왕관을 만들어 왔어요.

풍선 삐삐삐 음악대가 되어 물을 담은 풍선을 타악기 삼아

몇번이고 앵콜에 응답하면서 생일축하 노래를 힘차게 불러주며

이 세상 단 한 명을 위한 연주회도 열어주었어요.

직접 케이크 초에 성냥으로 불을 붙이고,

생일축하 노래를 부를 준비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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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온이 생일날은 이틀 동안 우리가 직접 만드는 알려주는 선물을 만들었어요.

이수와 하온이는 목걸이를, 이안이는 가방을, 지연 선생님은 팔찌를 만들었고,

이수는 포장 상자도 만들어 선물했습니다.

우리들은 모두가 나오는 생일 사진을 찍어보자 도전했습니다.

휴대폰을 잘 세워두고 모두들 자리잡고 웃을 준비하고 앉아있어요.

아참, 케이크가 잘 보이는지도 배경이 보기 좋은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자리를 잡았으면 한 친구가 달려가서 조심스레 촬영 단추를 누르고

타이머를 맞춘 시간 안에 서둘러 돌아와서 사진을 찍습니다.

“자, 모두들 웃으세요!” 하니 “하하하하 깔깔깔깔” 이안이가 큰 소리로 웃습니다.

그러자 동생들도 이안이 오빠(형)의 웃음소리가 웃겨 깔깔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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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가 만들어 가는 생일 축하,

메아리 놀이터 아이들은 자신들이 찍은 사진에 만족했고,

생일이 자주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메아리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이제 뭐해요?” 하고 물어보지 않아요.

“선생님 우리 이거 해요.” 하고 말하지도 않아요.

“얘들아, 우리 이거 할까?” 하고 묻고 서로 의논하고 결정하면

지연 선생님도 놀이에 초대해 함께 놉니다.

메아리 놀이터를 만들어 나가는 주인이 누구인지 아이들은 잘 알고 있어요.

이곳은 우리가 주인인 터이고,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의논하고 결정해서 계획하고 실행하고 결과까지도 책임져 보며

우리의 삶을 우리가 만들어 나가는 실험실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노는 곳이에요.

 

 

메아리 놀이터를 마칠 시간, 이수가 우리 모두들 위해 기도했어요.

“하나님, 우리가 같이 놀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By 서지연 간사View 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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