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No.6

놀이로 하는 학교상담

아자!를 통한 교실 속 변화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정말로 일어납니다, 기적.


어린이, 청소년들을 만나다 보면 그들이 성장해가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될 때가 많습니다. 그런 순간이 바로 기적을 체험하는 순간이지요. 변함없이 미숙할 것 같은 상대가, 내가 기대하지 않은 순간에 불쑥 자라 앞서 가는 것만큼 기적적인 것이 어디있을까요. 

방학 중 일주일, 3일 되는 기간 동안 캠프를 하다보면 그런 기적을 경험하는 일은 허다합니다. 한 아이가 몇 년에 걸쳐 캠프에 오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구요. 

그러나 학기 중에 두, 세 시간 정도 일시적으로 학교에서 어린이, 청소년들을 만날 때엔 그런 기적을 경험하기 어려울 것처럼 느껴집니다. 아주 짧은 기간 만나는 것이 그 아이들 인생에 뭐 그리 큰 변화를 불러오겠냐는 외부의 의문이 꽤나 많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놀랍게도, 단 몇 시간, 아니 몇 분만에도 기적은 일어납니다. 

학교에서 경험한 여러 일화 중 지금 떠오르는 하나의 일화를 들려드리겠습니다. 

Step1. 경청의 시작

한 고등학교에서 40명 정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아자를 했습니다. 교실에 처음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학생들 다수가 휴대폰을 손에 든채로 고개를 들어 2초 정도 저를 쳐다봤다가, 다시 눈을 휴대폰으로 돌렸습니다. 그러고는 휴대폰을 들고 스크롤을 내리고 있는 채로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늘 그렇듯이 학생들 모두가 앉은 자리에서 모두의 얼굴을 편히 볼 수 있게끔 동그랗게 앉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놀이 하기 전 몇 가지 약속을 함께 했습니다. 

첫 번째는 모두가 놀이의 주인이 되기, 두 번째는 친구가 놀이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해주기. 

약속은 두 가지 이지만 두 약속은 모두 ‘경청’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첫번째 약속은 자신이 자발적으로 함께 하는 사람과 놀이에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여서 놀이의 주인이 되자는 말이었고, 두번째 약속은 자신이 존중받고 싶은 만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서 다른 친구들을 놀이의 주인으로 대접해주자는 이야기였습니다. 

“나도 한국에서 나고 자랐는데, 나때나 지금이나 변함 없는 건 학교에서 학생들이 선생님이든 어떤 사람이든 앞에 나와서 말 할때 그 사람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거야. 자기가 듣고 싶어서 듣는게 아니라 억지로 듣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실제로 그런 면도 있고! 그런데 난 너희가 그렇게 자기 것 못 챙기며 살지 않으면 좋겠어. 너희가 선택해서 이 자리에 앉으면 좋겠고, 너희가 선택해서 앞에 있는 사람의 말을 듣기로 결정해서 , 열심히 들으며 그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았음 해.”

이렇게 말하니 순간 교실이 숙연해졌습니다. 뭔가 기대 이상으로 비장해진듯한 분위기가 부담스러워 저는 이내 낄낄 웃으며 “일단 다 됐고, 신나게 놀아보자!” 라고 소리치며 아자를 열었습니다

Step2. 배꼽 찾다가 흘러가버린 시간

주어진 두 시간에 걸쳐 우리는 과일바구니, 손님모셔오기, 솨솨솨, 알이 봉황되다, 오렌지, 난파선, 티파티를 했습니다. 별 말도 안하고 정신없이 뛰어 다니기만 했는데, 그야말로 미친듯이 웃다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게 두 시간을 보내고 말았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모두들 ‘엥?벌써 끝났다고?’라고 하며 어벙하게 동그랗게 자리에 앉았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 청소년들의 생각을 정리하고 함께 나누기 위해 ‘하루느낌 나누기’를 진행했습니다 . 모두 1분 정도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는지 생각해보기로 하고, 1분 후 돌아가며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다수의 청소년들이 하는 말이 흥미로웠습니다. 

Step3. 놀이를 통한 변화


“과일바구니나, 손님모셔오기는 전에도 다른 애들이랑 했었는데,

오늘 유독 진짜 미친듯이 재밌었어요.”

“친한 친구들이랑 놀러가서 놀아도 이렇게 재밌었던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좀 잘 모르는 친구들이랑 노는데도 역대급이었어요.”


“처음에 오기 전엔 시간 아깝다고 생각해서 집에 갈까 말까 엄청 고민했는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짜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이런 말을 듣고 인상적으로 느껴 청소년들에게 재차 왜 이 시간이 이렇게까지 즐거웠던 것 같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나온 청소년들의 답이 놀라웠습니다. 

“제가 자발적으로 놀아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하려고 하니까 원래 재미없게 했던 놀이도 재밌었어요.”


“처음엔 다들 재미있는 애들이 모여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까

 다들 놀이의 주인이 되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니까 다 솔직하고, 놀이를 그냥 즐기는 것 같았어요.”


“다시 생각해보니까 뭐든 이렇게 하면 다 재밌을 것 같아요.

오늘 이 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이 말을 듣고 저는 저도 잊고 있었던 놀이의 진면목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놀이야말로 청소년들이 자신을 찾게 하고, 자신의 삶을 살도록 하고, 그를 통해 행복을 만들어가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교실 안에서 단 몇 시간 청소년들을 만나 노는 중에도 믿기 어려운 기적이 일어납니다.

청소년들은 제가 의도하지 않은 순간에 성장하고, 시나리오와 다르게 앞서 가곤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많은 선생님들과 지도자, 학부모님들께서도 각자의 현장에서 느끼는 크고 작은 기적들을 되새기며, 놀이가 주는 희망을 꼭 지니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무리 짓습니다. 



자는..

아름다운 마음, 자랑스러운 나!의 의미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집단활동의 기회를 제공해줌으로써 건강하고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 필수적인 기본적 대인관계 및 의사소통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있습니다.


활동의 전 과정을 즐거운 놀이로 구성하였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놀이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레크레이션이나 게임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구조화된 놀이상담기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구조화된 놀이는 놀이의 자연성을 훼손, 왜곡하지 않고 살리면서 놀이가 가진 교육,상담,치료적 기능과 힘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이 우리나라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건강하고 행복해지는 데 유용하게 쓰이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강지수 간사는 …

서울여자대학교에서 교육심리학, 국어국문학, 청소년학을 전공했다. 2010년 청소년과 놀이문화 연구소 자원지도자로 활동을 시작하여 6년간 메아리캠프, 메아리학교 등 지도자로 활동했으며, 2016년 간사로의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현재 청소년과 놀이문화 연구소 ‘메아리캠프’의 프로그램을 맡아 연구 및 개발에 힘쓰고 있다.

By 강지수 간사View 742

Only Ed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