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No.7

전국재 칼럼

놀이에는 상과 벌이 있을 수 없습니다.

놀이의 정의 - 놀이의 무생산성


놀이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도 놀이가 생산적인가 그렇지 않은가 물어보면 대부분 생산적이라고 대답합니다. 이에 대해 '전혀 생산적이지 않은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면 수긍하기 어려워합니다. "놀이만큼 훌륭한 교육은 없다." 는 말을 들어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린이들은 놀이를 하면서 협동심을 배우고 대인관계기술도 익히는데, 이것만 보더라도 놀이가 생산적인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고 말합니다. 지적인 사람일수록 이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놀이를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하고 논리적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놀이는 아무런 물질이나 재화를 생산하지 않습니다. 이 점은 어린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메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요즈음에는 어린이들이 노는 것 조차 귀찮아 합니다. 재미있게 놀아 본 기억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애들아, 우리 놀자."라고 말하면 많은 청소년들이 "싫어요.", "귀찮아요.", "재미 없어요."라거나 "그거 왜 해요?"라고 말합니다. 그래도 선생님이 "재미있는 놀이니까 한번 하자꾸나."하고 다시 권하면 큰 선심이나 쓰는 듯이 "놀면 뭐 줘요?"라고 물어보는 청소년들이 꽤 많습니다.

뭘 주면 놀아 주겠다는 것입니다. 청소년들은 놀이를 즐기지 못하고 보상받기만을 기대합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자기들끼리 놀았지 상품이 오고가는 일이 없었습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놀다가 지면 "또 하자."하든지 "한 번 더 하자."라고 졸라서 이길 때까지 계속하곤 했었습니다. 그런 놀이들은 모두 경쟁놀이인데, 격렬한 경쟁 가운데서도 협동놀이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놀이의 승패 결과에 대해 어떠한 보상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놀이에서 경쟁적 요소는 놀이의 조건과 환경일 뿐입니다. 놀이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승패에 따라 보상과 벌이 주어지니까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놀이규칙을 상호 존중하고 준수한다면 놀이 안에서 격렬히 경쟁하면서도 만남과 사귐이 가능합니다. 우리 전통 놀이에는 계속 져서 상심한 아이를 놀이판에 '깍두기'로 슬쩍 껴 주는 따스한 공동체 정신이 들어있었습니다.

 

지금의 어린이들은 놀면서 상을 받는데 익숙해져 있어서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이기면 뭐 줘요?"라고 물어봅니다. 외적인 보상을 받는 순간 놀이는 변질되어서 진정한 재미와 즐거움은 사라져 버립니다. 결과와 무관하게 놀이를 즐기고, 놀이 안에서 사람들이 행복한 만남과 사귐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는 상품으로 놀이 참여를 부추기는 기만적인 행동을 그만 두어야 합니다.

*위 글은 전국재 소장의 책 '놀이로 하는 정6품 인성교육'에서 놀이의 정의에 대한 글 중 놀이의 무생산성에 대해 설명한 글을 편집하여 옮겼습니다.

 

By 전국재 소장(교육학 박사)View 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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