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No.7

가족놀이문화

Solo! 나만의 시간

높디 높은 하늘 아래 온 세상이 형형색색으로 물든 시월 한 날, 가족 나들이를 가보세요. 어떤 놀이를 할까 걱정하지 말고 훌쩍 떠나세요. 자녀들과 즐기고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지도록 노력하세요. 엄마 아빠와 함께 하는 것을 자녀들이 좋아하고 편안해 하면 무엇을 하든지 그것이 ‘놀이’입니다.

      
한적한 곳에서 즐기는 가족 나들이


이번 달에는 가족 나들이를 가서 각자 혼자 할 수 있는 놀이를 알려드릴 테니 꼭 한 번 해보세요. 사람들이 북적대는 유흥지는 피해야 합니다. 가급적이면 사람들 소리가 들리지 않는 한적한 곳이 좋습니다. 엄마가 준비해온 도시락을 함께 먹은 다음 아빠는 자녀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제안을 하세요.


“얘들아! 우리 이제 각자 흩어져서 누구도 보이지 않는 곳을 찾아가 보도록 하자. 다른 사람이 나를 볼 수 없고 또 나도 다른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을 찾아가는 거야. 하지만 숨바꼭질을 하는 것과는 다르단다. 나를 찾을 수 없도록 숨기는 것이 아니라 나 혼자만 있는 곳을 찾아가자는 것이지. 예를 들면 졸졸 시냇물이 흐르는 개울가, 숲으로 둘러싸인 큰 바위, 오솔길에서 벗어난 숲 속으로 들어가서 30분 동안 거기에서 머물면서 아무 말 하지 않고 있어 보거라. 재미없을 것 같지? 그렇지 않단다. 조용히 있다 보면 평소 듣지 못했던 소리들, 무심코 지나쳐 버렸던 모습들, 처음 느껴보는 냄새들과 만나게 될 거야. 알았지? 그럼 시작하기 전에 핸드폰은 아빠에게 잠시 맡겨 두거라. 스마트폰 게임을 하게 되면 아무 것도 느끼고 만날 수가 없단다. 혹시라도 위험한 일이 생기면 소리를 질러서 알려주어라. 그러면 내가 당장 달려갈 테니 여기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서는 안 된다. 알겠지?”

‘솔로’ 놀이 이렇게 시작을 하고 떠나 각자 자리를 찾아 앉습니다. 이 놀이를 미국 사람들은 ‘솔로(solo)’라고 합니다. 캠프에서, 가족 나들이에서 주로 아침 식사하기 전에 40~60분 가량 매일 반복해서 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이 놀이를 즐겨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이 이 시간에 잃어버리고 살았던 내면의 나를 만나고, 시냇물소리, 바람소리, 숲, 개미, 파란 하늘, 별들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는 놀라운 체험을 합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자기가 살아있는 소중한 생명체임을 느낍니다. 이 놀이는 초등학교 3학년 정도면 할 수도 있습니다.

     

이보다 어린 자녀들인 경우에는 아무 말 하지 않기로 하고 함께 오솔길을 걸으면서 주위에 어떤 동식물, 곤충들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훌륭한 놀이입니다. 보물찾기도 재미있습니다. 아빠가 사전에 근처 은밀한 곳에 보물을 숨겨놓고 주위의 지형지물을 이용하여서 보물찾기 지도를 그려놓습니다. 먹을거리를 숨겨놓고 찾아오도록 해봐도 좋아요. 보물지도를 자녀들에게 주고 찾아오도록 해보세요. 이렇게 하여 찾은, 삶은 닭 한 마리를 모닥불에 다시 구워먹는 겁니다. 진짜 맛있답니다. 고구마나 감자도 군불에 묻어놓고 구워 먹으면 금상첨화지요.
      


아이들 이야기 들어주기

      


모닥불에 둘러앉아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무슨 생각을 했고, 무엇을 느꼈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 들어보세요. 이때 엄마 아빠는 ‘어떤 얘기를 해줄까?’ 염려하지 말고 그냥 들어만 주도록 노력해보세요. 정말 신기한 것은 내가 꼭 얘기해 주고 싶은 말을 자녀들의 입을 통해서 듣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자녀들이 정말로 듣고 싶은 말은 “그렇구나!”, “와!”, “장하다!”, “그래?”, “멋있다”와 같은 추임새입니다. 멋진 시월의 하루를 자녀들과 보내세요. “아자!”


참고로 그림은 딸 나오미가 5살 때 미국 위스콘신에 있는 어느 캠프 호숫가에서 ‘솔로’를 즐기던 모습을 그려놓은 것입니다.


전국재
평생의 관심사는 초지일관 ‘놀이’다. 현재 청소년과 놀이문화연구소( www.ilf.or.kr) 소장과 장신대 초빙교수로 있으면서 지도자 양성과 저술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기쁨과 행복으로 초대하는 명랑 가족 놀이 166’ 등 30여 권이 있다.

By 전국재 소장(교육학 박사)View 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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