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No.08

전문가 컬럼

개정 경비업법을 둘러싼 논쟁에 대한 단상


김성언(경남대 교수)

   2014년 6월에 개정된 경비업법은 여러 가지 논란을 가져왔다. 그 중 신임교육을 이수한 자만을 경비원으로 배치하도록 한 ‘선교육 후배치’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반대론자들은 소위 신임교육 ‘사전 이수제’를 실시하게 되면 경비 인력 수급에 차질이 생겨 경비 산업의 전반적인 침체를 불러 올 것이라며 우려한다. 이들은 신임교육 이수자만을 경비원으로 채용해야 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이직률이 높아 인력 수급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경비 인력 시장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사전 이수제’는 업무 도급 시 즉시 인력을 공급해야 하는 경비 산업의 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정책이라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요지이다. 이에 대해 경찰청에서는 경비업체에 채용되어 있는 경비원의 숫자가 약 15만여 명이고 경비원 교육 이수자는 39만여 명으로 충분한 잉여 인력이 존재하므로 이직자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경비업체들은 처우 개선을 통해 경비원의 이직률을 낮춰야 한다고 반박한다. 이처럼 개정 경비업법의 신임교육 ‘사전 이수제’를 둘러싸고 그것이 경비원의 원활한 인력 수급을 제약함으로써 시장을 위축시킨다는 주장과 경비원의 자질 향상과 국민들로부터 경비업이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사실 개정 경비업법을 둘러싼 최근의 갈등은 영리성과 공익성이라는 경비업의 이중적 성격 속에 늘 잠재되어 왔던 문제가 표면화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경비업법의 개정이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분규 현장에서 발생한 경비원들의 불법행위에서 비롯되었다고 진단한다. 노사분규 현장, 주택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등 각종 분쟁 현장에 개입하는 경비업체가 늘고 있고 배치된 경비원들이 예방적인 경비 업무를 넘어서서 노조원의 해산, 세입자의 강제 퇴거 등의 물리력을 행사하며 폭력 전과자‧조직폭력배 등 결격 사유가 있는 자들을 경비원으로 채용‧배치함으로써 폭력 사태가 발생하는 등 불법행위가 관행적으로 반복되고 있어 이를 차단하기 위해 경비업법이 개정되었다는 것이다.

  개정 법률은 경비업의 공익적 성격을 확보하기 위해 경비원 신임교육 사전 이수제나 경비원 자격 요건의 강화, 경비업체 법인 자본금의 상향 조정 등의 제도를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비업체들은 공익성을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이 자신들의 영업 이익을 침해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경비업과 그 지지자들은 경비업무의 공익성을 강조하면서도 그것이 영리성과 충돌하거나 긴장을 보일 때면 스스로 공익성을 부정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곤 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경비업이 수행한다는 공익성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경비업이 영리성과 공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가능한지, 어떻게 해야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지 등의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경비 산업이 영리를 추구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국가 경찰력만으로는 국민들에게 충분한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현실에서 안전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에 호소함으로써 경비 산업은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집합재인 경찰의 치안 서비스와 달리 경비 산업이 조달하는 보안 서비스는 일종의 클럽재로서 소비자의 구매력을 기반으로 한다. 즉 소비자는 돈을 주고 ‘보안’을 구매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다수의 민간경비 전문가들은 경비 업무가 범죄를 예방하고 치안을 유지하는 것이므로 본질적으로 공익적 성격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경비업이 국가 안전장치의 보완적 기구로서 개인의 생명과 재산, 치안 질서 유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사설 경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기능한다는 주장은 꼼꼼히 검증되어야 한다. 사설 경비의 본질은 시장을 통해 보안 서비스를 조달하는 것이다. 경비업의 일차적 목적은 공익의 달성이 아니라 영리 추구이다. 혹자는 경비업체와 경비원들은 영리 추구 행위를 통해 공익을 실현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때의 공익성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경비업은 철저하게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고 고객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주력한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백화점, 쇼핑센터에서 절도범을 예방하거나 검거하는 경비원의 행동은 공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적 행위이다. 소유권적 의미에서 사적인 공간에서의 경비원의 업무는 기업의 손실을 예방하기 위한 영리 활동의 일부이다. 내 집에 침입한 절도범을 내쫓는 행위를 공적인 활동으로 말하기 어려운 것처럼, 고객을 대신한 경비업체의 사적 공간에서의 손실 예방을 공적인 활동으로 보기는 어렵다.

  현대 사회에서 범죄를 예방할 책임은 국가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역 사회와 시민, 사회 집단들 모두가 그 책임을 공유한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경비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늘 행동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공익성을 정의해버리면 그 개념의 본래적 가치는 사라지고 만다. 어떤 치안 서비스의 성격을 공익적인 것으로 볼 것인지의 여부는 그것이 소비재인가 아니면 집합재인가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 다시 말해 경비원의 공익성은 그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위해 봉사하느냐에 따라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비원의 업무가 공익성을 띠는 것은 그의 활동이 공적 공간에서 경찰을 대리해서 이루어질 때이다. 공적 공간은 사적 공간과 달리 누구라도 자유롭게 출입하고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다. 소위 다중이용 상업시설은 공적 공간으로서의 성격을 갖기는 하지만 소유주나 그 대리인은 언제든지 특정인의 출입을 제한할 수 있으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공적 공간은 아니다. 때문에 다중이용 상업시설과 같은 소유권적 의미에서 사적 공간에서의 경비원의 활동을 공익성의 기준으로 바라보는 것에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더 나아가 경비원에게 부여되는 공익성은 직업 윤리적 측면에서 규정되어야 한다. 비록 사설 경비원의 업무가 영리성에 기초해 있더라도 그 행위로 인해 다른 사람의 생명 혹은 안전이 위협받거나 정당한 권리 행사가 방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의 공익성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비업과 관련한 그간의 논의들은 영리성의 측면에 집중되어 왔으며, 공익성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사설 경비가 경찰을 대신하여 공공의 영역에서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공익성의 가치가 무엇보다 중시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의 업무는 사람들의 생명 및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경비원의 자격이나 자질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한다. 경비업법에서 범죄 경력이 있는 자는 경비원이 될 수 없다고 제한하는 이유도 경비 업무의 공익적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러나 경비업의 공익성은 단지 범죄 경력자들을 걸러 낸다고 해서 보장되지는 않는다. 단지 경비원으로서의 자격을 갖췄다고 해서 곧바로 그에 부합하는 자질이 있다고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경비업이 공익성을 추구한다고 주장하려면 그 업무를 직접 수행하게 될 경비원이 공익적 자질을 갖춰야만 한다.

  현재 경비원의 자질을 강구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교육이다. 그러나 일반 경비원에게 요구되는 24시간의 신임교육을 통해 경비원의 자질이 생성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경비원 선발 과정에서 ‘경비원으로서의 자질’에 맞는 인재의 선택이 이루어져야 할 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교육과 관리감독을 통해 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런 장치들이 경비업체의 영리성을 침해한다고 반발한다면, 더는 경비업이 공익성을 추구한다고 주장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과도한 영리성의 추구는 공익성을 침범할 수 있으므로, 경비업에 대한 사회적 통제와 감시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경비업이 스스로 공익성을 포기하더라도 경비업에 대한 공익적 기준이 약화되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 교육을 통해 경비원들이 함양해야 하는 것은 전문성만이 아니다. 직업윤리 또한 그들이 배양해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왜냐하면 경비원에게는 다른 사람들의 안전이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고용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도록 하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경비업무가 공익성을 추구한다고 주장할 수 있으려면 경비업체 스스로가 공익성의 가치에 부응할 수 있는 노력들을 보여야 한다. 공익적 가치를 추구할만한 자질을 갖추지 못한 경비업체와 경비원들에게 공적 치안 활동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경비업이 스스로 공익적 자질을 갖출 때만이 영리성과 공익성은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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