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No.16

에티오피아

커피 한 잔에 담긴 커다란 의미

에티오피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마 ‘커피’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이곳에 오기 전 에티오피아 하면 ‘한국 전쟁 당시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파병을 해준 고마운 형제의 나라’, ‘품질 높은 커피 생산국’ 정도의 정보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커피의 본고장인 에티오피아에 머물고 있는 현재,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얼마나 커피를 사랑하고 커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매일매일 느끼게 됩니다.


에티오피아가 커피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데에는 이곳이 단순히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커피를 생산하는 생산지어서가 아니라고 합니다. ‘칼디의 전설’이라고도 불리는 에티오피아에서 전해지는 오래된 이야기가 있습니다. 기원전 6~7세기경 에티오피아 카파(kaffa) 지역에 ‘칼디’ 라는 목동이 있었습니다. 소년은 어느 날 염소떼를 몰고 산속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는데 문득 염소들이 밤새도록 춤을 추듯 활기차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염소들이 먹던 어떤 나무의 빨간 열매를 발견하였고 자신도 먹어보니 기분이 상쾌해지고 약간 힘이 솟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사실을 근처 수도원 원장에게 알려 열매를 따서 끓여 먹어보니 전신에 기운이 솟았고 다른 제자들도 같은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소문이 각지에 퍼져 ‘카파’ 지역의 이름을 딴 ‘커피’를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게 되었다는 전설입니다.

▶에티오피아의 스타벅스로 불리는 현대식 카페 ‘칼디스 커피’, 전설 속 목동의 이름에서 따온 에티오피아의 인기 프랜차이즈 카페입니다.

한 집 걸러 한 집마다 커피를 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에티오피아에서 커피를 마시는 일은 밥을 먹는 일만큼 일상적인 일처럼 보입니다. 신기한 것은 레스토랑, 카페에서 커피를 판매할 뿐만 아니라 화장품 가게나 단순 잡화점 앞에서도 전통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냥 가게 앞에 의자 몇 개를 놓아두고 커피를 만드는 도구와 커피 잔을 내어놓으면 그곳이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생두(Green Bean)를 우선 숯불에 볶아 그윽한 커피향을 퍼뜨리고 커피포트인 제베나(Jebena)에 커피를 끓인 후 손잡이가 없는 작은 커피 잔 스니(Cini)에 제베나를 높이 들어 커피를 따라줍니다. 스니는 가게마다 디자인도 다르고 우리나라 도자기처럼 고풍스러움이 있어 집집마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또 커피를 만들어주는 동안 보통 담소를 나누는데 이것 또한 이웃들과 정을 나눌 수 있어 즐거운 시간입니다.

이곳에서는 세 잔의 커피를 차례대로 마시는 것이 관례인데 길거리에서 파는 커피는 보통 한잔씩도 팔고 에티오피아 커피가 좀 진하다보니 저희는 세 잔까지 마시진 않고 한 잔을 사서 마시곤 합니다. 격식을 갖춘 가게에서는 판디샤(팝콘)나 다보(빵)를 커피에 곁들어 내오기도 합니다. 커피 세레모니에서 각 잔은 저마다 의미를 지니는데 첫 잔 아볼(Abol)은 우애를, 두 번째 잔 후엘레타냐(Hueletanya)는 평화, 마지막 잔 베레카(Bereka)는 축복을 뜻한다고 합니다. 

커피가 단순히 마시는 것을 의미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찌 보면 이들에게는 일상에서 행해지는 고귀한 의식처럼 느껴집니다. ‘커피 세레모니’라는 말이 있는 이유도 그러한 데서 연유했겠죠. 하루 동안의 평안, 서로에 대한 축복, 또 커피를 끓이는 자세에 있어서 경건함을 기원하는 커피. 다른 커피 산지가 생산량의 대부분을 수출하는 반면 에티오피아는 절반 정도를 국내에서 소비한다고 하니 에티오피아인들의 커피 사랑은 이쯤에서 설명을 마쳐도 될 것 같습니다.

By 한국국제봉사기구View 104

Only Ed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