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No.24

용재

첫 눈, 용재, 그리고 백일장

   유난히 더 차가운 공기로 두 볼은 발갛게 상기되고 어깨는 움츠러드는11월의 어느 월요일.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발걸음 위로 바람을 타고 무언가 하얀 것들이 떨어진다. 아, 첫 눈이다! 우연히도 ‘첫 눈, 용재, 그리고 백일장’이라는 용재 백일장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날 서울에 첫 눈이 내렸다. 비록 많은 양의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눈 대신 우리 학생들의 글이 소복소복 쌓인 하루이다.

   용재 백일장은 한 주 동안 단계적으로 진행되었다. 우선 월요일에 원고지와 간식을 나누어주고,이후 4일 동안 학생들에게 글을 구상하고 쓸 만한 충분한 시간을 제공했다. 그리고 넷째 날인 목요일 저녁에는 담당 RA에게 다 쓴 글을 제출하도록 했다. 학기 중에는 논술형 답안을 작성하는 것 말고는 딱히 글을 쓸 기회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마저도 주로 교수님의 수업내용을 반복하는 수준이니 자기 글이라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물론 1학년 학생들은 공통기초 과목으로 ‘글쓰기’를 수강하고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큰 틀의 주제가 제공되고 형식도 제한적이며 학점에 대한 부담감도 있기 때문에 마음 편히 자유로운 글을 쓸 기회는 많지 않다. 용재 백일장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에 틀에 박힌 어려운 글들에 지친 RC 학생들의 감수성과 창의력을 자극할 좋은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사진 1] 백일장 첫 날, 원고지를 받고 있는 용재 RC 학생

 

   학생들은 다가온 겨울과 관련된 글을 많이 작성했다. 한 RC 학생은 겨울바람을 흐르는 시간과 연결 지어 비유적으로 시를 쓰기도 했다. 또 다른 학생은 첫 눈을 매개로 자신과 좋아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풋풋하게 전개시키기도 했다. 한 학기가 끝나가며 송도생활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한 RA에 대한 감상을 남겨준 RC 학생도 있어 뭇 RA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정갈한 원고지에 쓰인, 40명 남짓한 학생들의 개성있는 한 글자 한 글자가 애틋하게 느껴졌다. 우리가 흔히 국어책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한 시들도 감동적이었고, 틀에 박히지 않은 일기 같은 시들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사진 2] 제출된 백일장 작품들

   감성이 부족한 요즘 세상. 대학에서 시, 소설 등을 쓸 기회가 좀처럼 없듯이, 실제로 문학은 소위 밥벌이가 되지 못한다고 하여 등한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글의 힘은 대단하다. 우리가 한 줄 글을 쓸 여유를 가진다면, 그것은 한 줄 이상의 감동과 충만함을 가져다줄 것이다. 때로는 책 한 권이, 그리고 한 편의 시가 우리의 삶의 원동력과 방향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용재 백일장이 용재인이앞으로 써나갈 이야기 한 줄 한 줄의 발돋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사진 3] 인상적인 백일장 작품

By 불문15 홍다희View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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