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No.29

이원철

얼굴 없는 대화를 나눠본 적, 있나요? <눈감원철>

   지난 2013년 겨울에 개봉한 영화 <어바웃타임 (About Time)> 중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서로의 이목구비조차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레스토랑에 마주 앉아 오직 대화만으로 강한 끌림을 느낀 그들의 첫 만남. 이 운명 같은 첫 만남을 성사시켜준 블라인드 레스토랑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눈감원철>은 작년 2학기부터 진행되어 왔다. <눈감원철>의 담당RA 백승연은 “우리는 살아가면서 외적인 것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특히나 새내기 때는 미팅, 과팅 등 외모와 같은 외면에 집중하기 쉬운 자리를 쉽게 접하게 되는데 이들에게도 대화만으로도 강한 끌림을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고 싶었다”며 프로그램의 취지를 밝혔다.


[사진 1] 눈감원철 포스터

   첫 <눈감원철은> A동 8층 커뮤니티 룸에서 밤 10시에 진행되었다. 약 20명의 학생이 서로에게 어색한 미소만 지으며 침묵을 유지할 때, 안대가 주어졌다. 느닷없는 안대의 등장에 학생들은 조금 의아해 보였지만 곧 안대를 쓰고 프로그램 도우미와 RA의 인도로 누군지도 모를 상대방과 짝을 맞춰 대화를 시작했다.


[사진 2] 눈을 가린 채 대화를 하는 원철 RC들

   대화의 주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소중한 것’이었고, 이름이나 학과 등의 신상정보는 밝히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평소와는 다른 대화 환경이라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커뮤니티 룸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다. 학생들은 서로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그 중 단 한가지를 꼽아보기로 했다. 시간, 믿음, 사랑 등, RC들의 개성만큼이나 여러 의견이 나올 무렵, 파트너 체인지 시간이 다가왔다. 아쉬운 마음으로 상대방에게 인사를 한 뒤 새로운 파트너와 다시 짝이 맺어졌다.


[사진 3] 서로의 눈과 손이 되어 카나페를 만드는 모습

   이번에는 카나페를 만들어보는 시간. 한 명은 안대를 벗는 대신 손을 사용하지 못하고 한 명은 손을 사용할 수 있지만 안대를 벗을 수 없는, 서로의 눈과 손이 되어주어야 하는 시간이었다. 앞에 준비된 과자와 과일로 카나페를 만들어 먹고 먹여주는 시간을 보낸 후, 드디어 모두 안대를 벗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주어진 또 다른 미션. ‘아까 합의했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소중한 것의 그림을 그려라’. 눈에 보이지 않는 걸 그리라니! 학생들은 당황해 했지만 곧이어 각자 생각하는 소중한 것을 그림으로 표현해내기 시작했다.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시각장애인을 통해 ‘믿음’을 표현한 그림, 시계를 통해 ‘시간’을 표현한 그림 등 각양각색의 그림이 탄생했다. 마지막으로, 참여 학생들은 각자 자신의 첫 파트너를 찾아 짧은 인사를 나눴다.

   어색해하던 첫 모습과는 달리 프로그램 후 커뮤니티 룸을 나서는 학생들의 표정은 꽤나 들떠 보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시간을 통해 학생들이 외적인 것을 떠난 대화의 중요성,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많은 것들을 되새겨보고 그 의미를 오래 간직하길 바라본다.  

By 교육 17 김채영View 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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