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No.25

무악

작은 피카소가 되는 시간 <그림의 이해>

  아직 쌀쌀한 3월의 월요일. 저녁이면 종합관 3층 미술실에서는 스무 장의 하얀 종이 위에 색색의 열정이 피어나곤 했다. <그림의 이해> 프로그램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그림의 이해>는 3회 연속 진행되는 기초 드로잉 프로그램이다. 1회에서는 ‘본다는 것’, 2회에서 ‘관찰한다는 것’, 그리고 3회에서는 원하는 대로 ‘그린다는 것’을 통해 그림에 대해 알아감을 목표로 한다. 외부 강사이신 이연주 선생님의 지도하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프로그램 신청에 성공한 무악하우스 RC 20명은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 

[사진 1] 거꾸로 뒤집힌 신사 그리기  

  3월 12일,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자기소개를 하는 대신, 한 명씩 칠판에 나와서 본인 이름을 쓰고 들어가며 서로의 이름을 익혔다. 본격적인 진행에 앞서 ‘본다는 것’의 시작으로 거꾸로 뒤집힌 신사를 따라 그리는 활동이 있었다. 거꾸로 뒤집혀 있기에 처음에는 몰랐던 것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신사가 들고 있던 물건이 파이프였음을 깨닫고, 자신이 열심히 그은 선이 바지 주름임을 깨달았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다 그린 신사를 슬쩍 뒤집어 보니 사람이 아닌 몰골을 하고 있어 웃음을 터뜨렸다. ‘관찰한다는 것’을 배우기 위해 앞에 있는 친구 얼굴을 그리는 활동이 있었는데,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친구를 그리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실물보다 못 그리면 화내지 않을까 조마조마해 하기도 했다.

[사진 2] 그림 그리기에 몰두한 학생들

  3월 19일, 2차시에서는 목탄을 이용해 밝은 부분과 그림자 진 부분을 관찰하며 오브제를 그리고, 1부터 10까지의 다양한 명도를 표현하는 방법을 익혔다. 밝고 어둠을 표현하는 데 있어 검은색과 흰색 사이에 많은 회색이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처음 혹은 너무도 오랜만에 빛과 어두움의 세계를 접하게 된 RC들은 조용하면서도 분주하게 손을 움직였다. 손에 목탄 가루가 묻은 것도 모른 채, 알더라도 개의치 않고 말이다. 손이 더러워지는 것보다 당장 눈앞에 있는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 더 중요한 듯했다. 


[사진 3] 여러 도구를 사용 중인 모습

  3월 26일, 마지막 3차시에는 파스텔, 색연필 등 다양한 도구를 이용하여 각자 원하는 그림을 그렸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과 같은 명화, 직접 찍은 자연 풍경, 귀여운 토토로 등 만화 캐릭터까지, 학생들은 2회 간의 배움을 바탕으로 마음껏 실력을 펼쳤다. 실력뿐 아니라 열정도 대단했다. 2시간은 너무 짧다고, 3시간은 진행해야 한다는 학생도 있었고. 그림을 더 그리고 싶다며 미완성한 그림을 프로그램이 끝나고도 마저 그리겠다고 하는 학생도 있었다. 놀랍도록 성장한 학생들의 그림 실력과 열정에 이연주 선생님마저 놀라실 정도였다. 


[사진 4] 학생들의 그림

  <그림의 이해>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참여도도, 집중력도 높은 프로그램이었다. 심지어 프로그램 이후 진행한 설문에서 참여자 전원이 만족했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바쁘게 살아가는 세상 속, 하얀 종이에 열정을 펼쳐가는 것이 단순한 그림 그리기를 넘어 ‘휴식’이었던 것은 아닐까?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이수아(생명공학과 18) 학생의 “2시간 동안의 휴식이었다.”는 소감은 이를 뒷받침한다. 미술실 안에 흐르던 기분 좋은 정적과 분주히 움직이던 손놀림을 잊지 못할 것 같다.  

By 신학 16 유은영View 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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